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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7월, 규모 7.1의 강진이 구마모토현을 덮쳤고,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으로 떠오른 TSMC 일본 자회사 JASM 공장마저 가동을 멈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단순한 자연재해 기사 하나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사망자 34명, 단수 가구 8만 4,000여 곳, 그리고 멈춰선 반도체 라인. 숫자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멈춰선 반도체 공장, 흔들린 글로벌 공급망

이번 지진으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역시 JASM 공장이었습니다. JASM은 TSMC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세운 일본 자회사로, 일본 반도체 부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곳입니다. 지진 발생 직후 생산라인 전체가 즉각 중단됐고, 직원들은 대피 조치됐습니다.

건물 구조와 전력·용수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TSMC 측이 발표했지만, 문제는 제조 장비였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나노미터(nm) 단위, 즉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회로를 새겨 넣습니다. 이 정밀도 때문에 진도 몇 이상의 진동이 있으면 웨이퍼(반도체 원판)와 노광 장비의 정렬 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검교정해야 합니다. 공장 관계자도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근 소니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의 구마모토 테크놀로지센터도 동시에 가동을 멈췄습니다. 두 곳이 동시에 멈췄다는 건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닙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위탁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제조 시설을 말하는데, 이 파운드리가 멈추면 스마트폰·자동차·가전에 들어가는 칩 공급 전체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도 소니 이미지센서 공급이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았던 선례가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공급망 집중 리스크'라는 개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특정 지역에 핵심 생산 시설이 몰릴수록 자연재해 한 번에 글로벌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반도체 부흥 전략이 오히려 지진 취약성을 증폭시키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JASM 제1공장: 지진 직후 생산라인 전면 중단, 제조 장비 점검·조정 진행 중
  • 소니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 구마모토 테크놀로지센터: 동시 가동 중단
  • 구마모토·나가사키현 일대 약 8만 4,000가구 단수 상태 (출처: 중앙일보)
  • 피난소 420곳에 8,698명 대피 중, 사망자 34명 확인
  • 야쓰시로시 일본제지 공장 매몰 11명 중 8명 사망 확인
요약: 규모 7.1 강진 한 번에 JASM·소니 등 반도체 공장이 동시 중단되면서 지역 피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연간 10만 번의 지진, 그래도 생존가방 하나면 달라진다

사람이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지진을 유감지진(有感地震)이라고 합니다. 진도 1 이상으로 측정되는 지진으로, 일본에서는 이 유감지진이 연간 1,500회에서 2,000회 수준으로 발생합니다. 일평균으로 따지면 4~5회,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무감지진(無感地震)까지 포함하면 연간 10만 회를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잠깐 멍했습니다. 하루에 4번, 매일 땅이 흔들리는 환경에서 산다는 게 어떤 감각인지 솔직히 상상이 잘 안 됐습니다.

그 배경에는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이 있습니다. 판구조론이란 지구의 겉껍질이 여러 개의 거대한 암석판으로 나뉘어 서로 이동하며 충돌·분리·섭입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일본 열도는 유라시아판, 북아메리카판, 필리핀판, 태평양판이라는 4개의 판이 맞부딪히는 경계 위에 정확히 올라앉아 있습니다. 여기에 환태평양 지진대(불의 고리, Ring of Fire)의 핵심 축이 지나갑니다. 환태평양 지진대란 태평양을 에워싸는 말굽 모양의 지각 불안정 벨트로, 전 세계 지진의 약 90%, 화산 활동의 75%가 이 구간에서 발생합니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이 발생한 히나구 단층대는 2016년 규모 7.3 강진 때도 활성화됐던 바로 그 단층입니다. 9년 만에 같은 지점이 다시 깨진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저는 저층 아파트에 있었는데, 건물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실제로 체감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아무 준비도 안 되어 있었으니까요. 당시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안이한 생각이었는지 몸으로 배운 순간이었습니다.

일본 가정은 대부분 비상 배낭, 이른바 생존가방을 구비해 둔다고 합니다. 생존가방이란 지진·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즉시 들고 피난할 수 있도록 물·식량·구급용품·라디오·손전등 등을 미리 담아둔 배낭입니다. 일본 소방청 기준으로는 최소 3일치 물과 식량을 준비하도록 권고합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규모 4.5~5.2 수준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고, 행정안전부도 지진 국민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지만(출처: 행정안전부), 생존가방을 실제로 준비한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에 물어봤는데, 준비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고층 건물 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클 수 있습니다. 내진설계(耐震設計)란 지진 진동에 건물이 버틸 수 있도록 구조를 강화하는 설계 방식인데, 1988년 이후 지어진 6층 이상 건물에만 의무 적용됐고 그 이전 노후 건물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지진 예방 자체는 현재 인류의 기술로 불가능합니다. 대비와 적응만이 답입니다.

요약: 일본은 연간 10만 회 이상의 지진 환경 속에서 생존가방·내진설계 등 실질적 대비를 생활화해 왔고, 우리나라도 지진 예외지대가 아닌 만큼 구체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TSMC 구마모토 공장이 멈추면 우리나라 반도체나 스마트폰에도 영향이 있나요?

A.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JASM은 주로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관련 공정을 담당하고 있어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 먼저 파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용 최신 공정은 대만 본사에서 주로 담당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파운드리 업계 전반의 가동률 조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구마모토 지진이 2016년이랑 같은 단층에서 발생했다고요? 그게 더 위험한 건가요?

A. 같은 히나구 단층대에서 9년 만에 다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해당 단층이 아직 완전히 응력을 해소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단층이 활성화된 이력이 있는 지역은 이후에도 여진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지진학계의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실제로 이번에도 지진 발생 이틀 후 규모 5.8의 여진이 추가로 관측됐습니다.

 

Q. 생존가방에 뭘 넣어야 하나요? 일본 기준이 있나요?

A. 일본 소방청 기준으로는 최소 3일치 물(1인당 하루 3리터)과 비상식량, 손전등, 건전지 라디오, 구급용품, 현금 소액, 체온 유지용 담요, 가족 연락처 메모를 권고합니다. 여기에 상비약과 복사한 신분증을 추가하면 더 좋습니다. 무게는 성인 기준 10~15kg 이내로 유지해야 실제 대피 시 가지고 나올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아파트는 지진에 얼마나 안전한가요?

A. 1988년 이후 건축된 6층 이상 건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됐고, 2005년 이후에는 3층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됐습니다. 문제는 그 이전에 지어진 노후 건물입니다. 국내 건물의 상당수가 아직 내진 기준 미달로 분류되어 있으며, 특히 1980년대 이전 저층 주거 밀집 지역은 취약지대로 꼽힙니다. 리모델링이나 보강 공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 오래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

이번 구마모토 지진을 보면서 저는 두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하나는 자연재해가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현대 산업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얼마나 쉽게 흔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진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6년 경주 지진시 제가 직접 체감했던 그 흔들림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지진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분명합니다. 생존가방을 준비하고, 내진 취약 건물을 파악하고, 대피 경로를 한 번이라도 미리 확인해 두는 것. 거창한 준비가 아니어도 됩니다. 저도 이번 기사를 계기로 집에 비상용 물과 손전등부터 챙겨두려 합니다. 일본의 빠른 복구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 재난이 우리에게도 실질적인 준비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9638